#8. 연구계획서 (Research Statement) 쓰기

교수직을 지원할 때 공통적으로 요구되는 서류 중에서 커버 레터와 이력서 (CV) 다음으로 중요한 문서는 아마 Research Statement (또는 Statement of Research) 라고 불리는 연구 계획서일 것이다. 물론 한글로 번역해서 연구 계획서라고 부르지만, 좀 더 구체적으로는 연구의 목표, 과거 및 현재의 연구 활동, 그리고 미래의 연구 계획을 조리 있고 간결하게 보여주는 문서다. 공고에 따라서 페이지 수에 제한이 없는 경우도 있고, 한 페이지 내지는 두 페이지 이내로 작성해서 제출하라는 공고도 있다. 읽는 사람, 즉 Search Committee의 입장을 고려해 보면, 긴 것 보다는 짧은 것이 낫다. 즉, 줄일 수 있으면 분량을 줄여서 핵심 내용 위주로 쓰는 것이 좋다. 논리의 연결은 아래의 그림에 나와 있는 것 처럼 과거와 현재의 연구가 자연스럽게 미래의 연구 계획으로 이어지고, 그 일련의 연구 경력이 본인이 추구하고자 하는 연구 목표 및 비전으로 연결되어져야 한다. 단순히 얘기해 보자면, Search Committee 멤버와 다른 패컬티에게 단순하지만 분명한 자신만의 브랜드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자면, 나의 경우에는 ‘A leading researcher in resilience engineering to make a safer world’ 라는 이미지 내지는 브랜드를 심어주기 위해 인터뷰를 비롯해서, 지원서류, 인터뷰 및 Job Talk에 이르기까지 일관성 있게 메시지를 전달했다.

자, 그럼 연구 계획서의 구조에 대해서 좀 더 자세하게 살펴 보자. 정해진 답은 없지만, 내가 직접 연구 계획서를 써보고, 이미 패컬티가 되신 분들의 연구 계획서를 보고 깨달은 것은 일정한 논리구조를 따라가는 것이 연구계획서를 쓰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내가 권하고 싶은 연구 계획서의 구조는 ‘1-3-3-1’이다. 얼핏 보면, 축구팀의 선수 포메이션 (예를 들면 4-2-3-1)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1-3-3-1’ 구조는 1 (Research vision) – 3 (Past and current work) – 3 (future research plan) – 1 (expected research impacts) 로 구성된다. 아래의 그림을 보면 좀 더 쉽게 이해가 갈 것이라 생각한다.

가장 먼저 장기적이고 궁극적인 연구의 비전을 보여 주고, 그 다음에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과거에 했었던, 그리고 현재에 하고 있는 연구 활동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보여주는 것이다. 만약 과거 및 현재의 연구 활동 (예, 연구 프로젝트) 이 세 개 이상의 경우, 지원하는 포지션에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세 가지를 골라야 한다. 아무래도 박사 학위 논문 주제가 대부분의 경우 가장 중심적인 연구 활동일 테니, 가장 먼저 박사 학위 연구를 설명한다. 그리고 나서 두번째 프로젝트, 세번째 프로젝트를 설명하는 순으로 쓰는 것을 권장한다.

우선 위는 내가 쓴 연구 계획서의 첫번째 문단이다. 내가 풀고자 하는 사회 내지는 공학의 문제가 갖는 중요성 (Significance of problem)을 보여주고 나서, 내가 장기적으로, 궁극적으로 추구하고자 하는 연구의 목표 (Research goal) 를 명시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강조하고 싶은 문구나 단어는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폰트를 진하게 하든지, 밑줄을 긋는 등 시각적으로 잘 띌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다음으로는 과거 및 현재의 연구를 소개하는 단락이다. 앞서 권장한 것 처럼, 총 세 가지의 연구 활동에 대해 각각 한 단락씩 작성하면 된다. 위의 단락을 보면, 내가 어떻게 이 한 문단 속에 하나의 연구 활동을 조리 있고 간결하게 정리했는지 알 수 있다. 크게 보면, 이 단락의 구성은 연구의 중요성 (Significance of a problem) – 연구의 목적 (Research aim) – 연구 방법론 (Research approach and method) – 연구 결과 (Findings) – 연구의 의의 및 성과 (Impacts and accomplishments) 순으로 되어 있다. 간결함이 목표이므로, 너무 디테일한 내용은 가급적이면 삼가는 게 좋다. 또한 Search Committee 가 나의 연구 분야를 잘 모르는 경우가 있으므로, 이해하기 쉬운 단어를 사용할 것을 권장한다.

다음은 미래의 연구 계획을 쓸 단계이다 . 과거 및 현재 연구 활동과는 조금 다른 내용들이 포함되어야 하는데, 위의 그림의 상단에 나와 있는 것 처럼, 현재 연구를 어떻게 확장할지, 기존 연구와는 다른 새로운 연구로서 무엇을 할지, 미래 연구를 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은 무엇인지, 다른 동료 내지는 다른 부서와는 어떻게 협업할지, 그리고 그 연구를 하기 위한 재정 조달은 어떻게 할지는 풀어내야 한다. 특히, 협업을 어떻게 할지 쓸 때 지원하는 학교가 갖고 있는 특정 센터라든지 기관이 있으면, 해당 웹사이트를 방문해서 누가 소속되어 있는지, 어떤 연구들을 주로 하는지, 내가 그 센터나 기관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이 단락에서 포함시키는 것이 좋다. 이런 맞춤 (Tailoring)식 문장들이 Search Committee의 입장에서는 지원자의 진심과 열정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마지막 단락은 나의 미래 연구가 갖는 의의를 다시 한번 간단하게 강조하고, 끝맺음을 하는 식으로 마무리하면 된다. 나의 경우, ‘Resilience in human-machine systems’ 라는 문구를 진하게 함으로써, Search Committee가 나에 대한 이미지/브랜드를 다시 한번 더 각인할 수 있도록 문장을 마무리하였다.

끝으로 전하고 싶은 당부는, 연구 계획서를 쓸 때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관심 또는 흥분이 느껴질 수준으로 작성하라는 것이다. 연구 계획서를 읽으면서, 지원자가 미래에 할 연구가 머리 속으로 그려지고, 또 어떤 연구를 함께 할 수 있을지 상상하게 만들 수 있다면, 잘 쓰여진 연구 계획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본인이 자신이 쓴 연구 계획서를 읽고 흥분되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들이 그 연구에 흥미가 생길리가 없다. 교수직에 지원하기 전부터 미래에 어떤 연구를 할지 곰곰이 생각해 보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지도 고민해 보라. 나를 납득하지 못하면 남을 납득시킬 수 없다.

Published by 따따블 주인장

저는 세상 속의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또 해결해 보려고 하는 평범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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